‘애그플레이션’ 위기, 우리의 대처는?
전쟁·전염병·기후 위기 등 ‘곡물가격’ 폭등 … 세계 식량 시장 ‘위기’ 우려
‘식량’은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재화다. 식량 공급이 감소한다면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계 식량 시장은 생산량에 비해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얇은 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실제 거래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속성상 기본적으로 생산량 중 자국 소비를 가늠하고 남은 일부가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초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식량 시장에서 각국의 빗장을 잠그는 촉매제가 됐다.
전쟁 이전에도 세계 식량 가격은 상승 조짐을 보였는데,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물류망이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정형적 이상기후까지 더해 생산 또한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 이상기후 그리고 전쟁이라는 상황이 겹쳐 세계 식량 시장은 위기에 처해있는 것과 같다.
실제 주요 곡물가격은 평년의 2배 이상 폭등했고, 각국의 수출제한 조치 규모는 2008년 ‘애그플레이션’ 시기와 유사하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곡물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27개 국가가 수출 금지 및 승인, 수출세 등의 식량 제한 조치를 부과 중이며, 전 세계 식량 17.2%(칼로리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 33개국이 수출을 제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식량 18.7%(칼로리 기준)로 우리는 현재 2008년 애그플레이션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 밀과 옥수수 등 식량 품목 대부분 상위 5~6개 수출국에서 전체 교역량 70~80%를 ‘과점(寡占)’하고 있어 세계 식량 시장의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과점 국가 중 일부 국가만 수출에 차질을 빚어도 시장 충격은 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식량 순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세계 식량 시장의 혼란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7월 1일 발표한 ‘세계 식량위기론의 부상 배경과 대응방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특히 유지류와 곡물가격 폭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식량가격 지수는 올해 5월 기준 157.4포인트로 이는 기준연도인 2014~2016년 평균(100)보다 가격이 57.4% 오른 것을 의미한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밀·콩 등 생산 증가 방안 강구, ▲취약계층의 농식품 접근성 상시 점검 및 확보, ▲기아 위험국에 대한 농자재 지원 및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참여 등의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2020년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사료 포함)은 20.2%로 외부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주곡(쌀)의 경우 수급 안정과 충분한 재고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국민 식생활 전반의 높은 수입의존도를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
이에 주곡의 생산 및 소비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곡물, 특히 밀과 콩의 생산을 증가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식량계획 추진 방안’ 및 新 정부 국정과제에 밀과 콩의 자급률 제고 계획을 포함하고 있고, 올해 들어 수매 확대, 전문 생산 단지 기반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분질미(粉質米)’ 공급과 쌀 가공산업 활성화로 밀가루 수요 일부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올해 6월 발표했지만, 내외부 여건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기에 농가와 참여기업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부여 등 농정당국의 지속적이고, 주도면밀한 노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취약계층의 농식품 접근성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확보해야 한다. 일반적인 저소득층 가구일수록 엥겔지수(가계 지출 중 식비 차지 비율)가 높게 나타나는데, 실제 우리나라의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가처분소득의 42.2%를 식료품·외식비에 지출하고 있다.
같은 항목에 대한 소득 5분위 가구의 지출 비중은 3배를 웃도는 수치로 농식품 물가 상승의 영향이 소득계층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보고서는 제한된 예산 내에서 운용되는 학교급식, 공공급식 등이 영양학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행정 및 복지전달 체계 등을 통한 모니터링과 현물 보조 등 정책대안도 미리 염두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기아 위험에 놓인 국가에 대한 식량 긴급 지원 및 장기적 관점에서의 농자재 지원,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참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식량 가격이 1%p 인상될수록 전 세계 1,000만명의 인구가 극심한 빈곤에 처한다.
일례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 가격 급등에 따른 자금 고갈로 남수단 주민 170만명에 대한 식량 원조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한국은 매년 5만톤의 쌀을 WFP를 통해 원조하고 있는데, 국내 수급(비축 포함) 안정을 전제로 그 양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처_CU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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