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886. 9. 13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21호 서한
8월 20일 나는 귀하께 한바탕 정치적 소동을 보고한 바, 동 사안은 현재 이미 원만히 정리가 된 것으로 보임. 즉, 조선측에서는 새로운 소문이 없으며, 텐진쪽에 어떤 행동이 있는지는 모르겠음. 단지 청나라 주 상트페테르부르크공사가 이미 명을 받고 러시아정부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알고 있음. 먼저 방출되었던 4명의 조선관리는 이미 사면되었고, 원직으로 복귀하였음. 텐진으로 리중탕을 만나러 파견되었던 민영익은 옌타이에 배가 도착하자마자 억류되어 천진으로 가지도 못했음. 1884년의 경험으로 그는 매우 담약하여 조선으로 돌아온 이후 자신이 또다시 본국의 정치음모 수렁 속에 빠질 것임을 간파하고, 교활하게 이번 기회를 잡아 조선을 벗어났는 바, 그의 수중에 돈이 떨어지기 전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함. 이는 민역익의 근황에 대해 최고 합리적인 해석이 될 것임. 그러나 전언에 의하면 그는 청나라인에 의해 조선으로 압송되었으며, 텐진으로 파견되었다는 설은 연막에 불과하다고 함.
데니(O.N.Denny)는 9월 4일 텐진으로 가서 그가 알고 있는 8월의 사변에 대해 진술했고, 사변의 원인을 설명하고 아울러 청나라가 조선에서의 지위가 약해진 것을 보완해야 함을 건의하였음.
나는 귀하에게 표시하던 의견을 항상 전문으로 디터링14)에게도 보내주고 있는 바, 적극적으로 청나라의 주조선대표의 정책과 행위에 반대하고 있음. 내가 알기론 그(원세개)는 이미 조선에서 마음이 떠났고, 조선인으로 하여금 그에대한 원한을 일으킬 뿐 아니라 청나라에 대해서도 원한을 품도록 함. 내가 원세개의 소환을 적극 주장하는 이유는 이것이 조선에서 국면을 전환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임.
만약 조선이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원세개의 오만방자한 행위의 필연적 결과이기 때문임. 만약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는 불충분한 증거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원세개는 포악한 행위와 더불어 조선국왕에 대한 거칠고 무례한 행위를 한 것임. 따라서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반드시 그를 소환해야하며, 본인은 디터링이 내가 쓴 서한의 이의를 리중탕에게 잘 전달해 줄 것으로 희망하고 있는 바, 이는 원세개를 소환하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임.
외무서독판(외교부장관) 김만식15)은 현재 이미 퇴임하였음. 그는 예의를 중시하고, 도리에 밝았으며, 그와 일처리를 함에 매우 명쾌하였으므로 사안이 생기면 처리가 이전보다도 속도도 빠르고 만족스러웠음. 그는 돌아온 이후 공사(회사)를 설치하여 작은 동력선(소윤선)을 구입하여 조선기(국기)를 달고 대동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에 대해 제재를 받던 것이 없어지면서 현재 소윤선은 제물포와 한성(서울) 사이 제일 가까운 마포구간을 운항하는 것이 이미 허가가 났으며, 나는 8월중 서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척의 윤선을 모두 해관(세관)에 등록하였고, 선박증서를 발급하고, 외무서에서 비준한대로 항행장정대로 항해하고 있음.
소란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골치 아프던 검역조례 역시 취소되었고, 무역과 세수도 큰 진전이 있었음. 외무서는 각 해관의 세무사 (세관장)을 지극히 칭찬하는 등 해관업무에 대해 크게 만족하였음. 전보는 중단 된지 6주만인 오늘 회복되었음.
(13) 1886. 11. 22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22호 서한
데니(O.N.Denny)가 텐진에서 한성으로 돌아올 때, 마침 내가 없었고, 나중에 그가 과거 리중탕을 알현했을 때 상황을 알려주었음. 대강의 상황은 리중탕이 본래 접견을 거절하였다가 나중에 결국 만나주기는 했으나, 태도는 매우 냉담했다고 함.
그러나 데니 (O.N.Denny)는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했다고 하며, 원세개의 조선에서 행위를 거론했고, 특히 원세개와 8월사건(러시아 사건)과 관계를 강조했다고 함. 리중탕은 원세개를 질책하는 어떠한 얘기도 들으려하지 않았고, 데니(O.N.Denny)를 비롯 한성의 외국인모두 원세개를 질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함. 그러나 나중에 리중탕은 원세개가 최근의 사단에서 한 조치가 경솔하고 부당한 점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함. 리중탕은 데니(O.N.Denny)에게 가능하다면 조선국왕에게 조선정부의 변동을 일으키지 않을 것임을 보증한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함. 원세개의 사건관련 리중탕은 어떤 답변도 하지않았고, 주조선 청나라대신의 소환의 의향이 있는지도 절대 토로하지 않았다고 함. 즉 최근의 상황을 관찰컨대, 일반적인 추측과 부합되게, 청나라은 조선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채택하였고, 그것은 완전한 종주권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임. 원세개가 이 명을 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구실을 찾고자 생각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로인해 조선이 러시아에 보호요청 하였다고 날조하거나 과장한 것이라고 그(원세개)가 행한 단호한 조치에 대한 변호를 하는 것임.
그러나 일부분 원세개의 과도하게 조급히 서두른 점이나 일부 외국계의 반대와 항의를 유발했다는 것과 청나라과 조선의 관계를 처리하는 권한있는 사람들의 내부의견이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점으로 잠시동안 조선 진주계획을 포기해야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이 있다고 함. 이상의 추측은 아마 진실은 아닐 것이나, 나는 원세개의 독자적 행동이지 청나라의 지원 또는 지시가 없었을 것이라는 과거의 생각을 이미 지워버렸음. 내가 비록 계속 이곳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귀하께 보고하고 있으나, 이후 리중탕에게는 해관 (세관)업무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 다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음.
본인이 텐진을 떠나기전 리중탕은 본인에게 한성에서 보고들은 것을 수시로 보고해줄 것을 주문한 바 있으며, 당시 본인은 그가 독립된
소식통을 갖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임.
데니(O.N.Denny)가 돌아온 이후 그의 지위엔 아무 진전이 없으며 아주 드물게 그에게 자문을 구할 일이 있긴 하지만, 그의 능력을 발휘할 아무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있음. 그는 이런 대우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나, 참아내려 하고 있으며, 뚜렷한 공을 세워 신임과 중용을 받을 기회를 고대하고 있음. 현재 조선의 친화당(親華黨, 친청나라 당파)은 데니(O.N.Denny)와 원세개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데니(O.N.Denny)와 가까이 지내지 않으려하고, 반화당(反華黨, 반청나라 당파)쪽도 역시 데니(O.N.Denny)가 리중탕이 파견한 인물이란 점 때문에 그를 신임할 수 없는 상황임.
미국해군제독 슈펠트(R.W.Shufeldt)16)는 이곳에서 데니 (O.N.Denny)의 일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 슈펠트는 10월중에 한성에 도착했는데, 말로는 잠깐 체류한다 해놓고, 현재 이미 국왕이 그를 위해 준비한 공관으로 이주한 상태로 이는 겨울을 이곳에서 보내려 준비하는 것임. 그는 명목상으로는 국왕의 귀빈이었으나, 아마도 국왕의 환대라는 영광스런 대우 때문에 결국 그가 임시숙소인 한성에서 겨울을 보내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임. 그러나 나는 그가 국왕이 부딪치는 일은 모두 그와 상의하는 국왕의 비밀 개인고문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생각됨. 그는 조선에 조선의 완전한 독립을 건의할 것이며, 청나라이 조선에서 기타국가와 다른 별도의 대우를 받는 것에 반대할 것이며, 그로 인해 그는 이곳 조선에서 청나라의 이익에 엄중하게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임.
귀하는 내가 11월 19일 회신한 전보에서 알 수 있었겠지만, 최근 총리아문에서 데니(O.N.Denny)의 행동의 문제점을 조사할 만한 새로운 사건은 없었음. 본인 생각엔 이는 원세개가 데니(O.N.Denny)가 그의 계획과 행동을 방해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며 이를 총리아문 또는 리중탕에게 보고하여 기인한 것임.
최근의 관세세수는 매우 증가하였고, 비록 연초에는 세수가 많지 않았으나, 1년 전체 세수는 작년 세수를 훨씬 초과한 액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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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덕최림(德璀琳, Gustav von Detring, 1842~1913); 독일인, 텐진무역회사 이화양행의 대리인이었던 양영겸과 영국인 은삼덕 등과 자금을 모아 텐진 영국조계지역에 이순덕반점(利順德飯店, Astor Hotel)을 4층 건물로 지었고, 이 호텔은 텐진의 명물로 쑨중산, 이홍장, 저우언라이 등 중국인사와 미국 후버대통령, 영국 고든총리 등이 체류한 바 있다.
15) 金晩植(1834(순조34~1900); 조선말기의 문신. 본관은 청풍. 자는 기경, 호는 취당. 청은군 김익정의 아들이며, 김윤식의 종형이다. 1880년 제물포약정을 이행하기 위하여 일본에 파견된 수신사 김홍집의 부사로 수행하였다. 1883년 신문발간의 담당부서인 박문국을 신설하고, 한성순보 창간호를 발간하였다. 1884년 개화파 인사가 대거 몰락하였을 때 심순택을 영의정으로 한 내각의 예조판서를 거쳐 1894년 평안도관찰사에 임명되었다. 청일전쟁 와중에서 병부를 잃었으므로 원주에 정배되었고, 1900년 국운이 위태롭게 되자 국사를 걱정 하며 임종하였다.
16) 슈펠트(1822~1895)는 1882년 5월 조․ 미 수호통상조약(한․ 미조약) 당시 미국 측 전권대사 였다. 2018. 8월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미국 워싱턴 국회도서관 소장 슈펠트문서박스 속 ‘한국 조약 항목 1991~82’에 들어 있는 태극기 그림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박영효가 만든 태극기보다 2개월 앞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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