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변경부터 사업 구조 재편까지 … 화두는 ‘근본적 혁신(Deep Change)’
올해 핵심 키워드로 ‘브이노믹스(V-nomics)’가 자주 거론된다. 바이러스(Virus)의 첫 영문자 ‘V’를 딴 신조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디지털·친환경 등에 기반한 산업들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으며, 경제의 패러다임이 빠른 속도로 전환되고 있다.
창고만 있는 소매점, 주방만 있는 음식점 등 온라인 주문과 배달 플랫폼을 활용해 운영하는 ‘다크 이코노미(Dark Economy)’는 비대면 수요의 증가와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브이노믹스 시대의 한 단면이다.
기업의 변신은 무죄, 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사명(社名)을 바꾸고 있다. 단순 기업 이미지 쇄신 차원이 아니다.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통해 브이노믹스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친환경 사업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使命)이 함께 묻어 있다.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는 ‘탈(脫)석유’ 방침을 세웠다.
기존 석유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조만간 대대적인 설비 투자로 대규모 화학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S-Oil도 정유사업 비중을 줄이고, 화학 및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사업의 본질을 기존의 ‘자동차’에서 ‘이동수단’으로 재정의했다. 기아자동차 사명에서 ‘자동차’를 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석유회사는 석유사업을 접고, 자동차회사는 사명에서 ‘자동차’를 뺐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린 비즈니스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 움직임
SK그룹은 ‘경영 혁신’을 넘어 기업의 근원까지 변화시키는 ‘Deep Change(근본적 혁신)’에 사활을 걸었다.
SK그룹은 故 이건희 삼성회장의 어록 “가족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처럼, 사업 구조부터 자산, 기업문화까지 모두 바꾸는 그룹 혁신을 위해 강도 높은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SK이노베이션은 ESG 경영을 완성하는 전략인 ‘Green Balance 2030’을 통해 그린사업에서도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Green Balance 2030’은 2030년까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전히 상쇄한다는 중장기 성장 전략이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관련 목표를 구체화하고 차세대 배터리 연구센터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과거와 달리 배터리 사업 등에서 보여준 ‘Deep Change’ 전략을 바탕으로 친환경 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배터리 및 관련 소재 사업은 물량 및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도 친환경 제품 개발, 생산 프로세스 개선 등 그린 비즈니스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 유통업을 재정의하다
최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야구장과 테마파크라며, 유통업에 대한 정의를 달리하기도 했다.
주말에 잠재적 고객을 흡인하는 야구장 등도 신세계 입장에서는 경쟁자라는 의미인데, 실제 봄만 되면 스타필드 고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유통업은 단순히 상품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게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철학인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연초부터 프로야구단(SK 와이번스) 인수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시장 확장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며, “특히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이나 공유 경험이 커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관중 800만 시대를 맞아 두꺼운 야구 팬층이 온라인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젠 유통업도 쇼핑, 여가, 외식, 문화생활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센터’를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체험 기회를 제공해 고객의 시간을 자신의 공간에 묶어두는 마케팅 전략을 ‘시간 점유 마케팅’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면서 다양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우리네 일상도 바뀌었다. 그리고 기업들은 팬데믹이라는 생존의 갈림길 앞에서 ‘Deep Change’에 동그라미를 쳤다. 우리의 고개가 위·아래로 흔들릴지, 좌·우로 흔들릴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 cu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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