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문제로 시작한 코로나19의 파급효과가 경제, 사회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시장 공급과 수요 사슬이 끊기며 실물경제 위기가 일어났고, 이는 곧 주식시장 등 금융위기로 번져 대량실업을 야기하고 있다.
즉 코로나19 확산이 국가 경제를 파괴하고, 국가기능 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각국은 자국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보호무역주의가 세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연대와 단합을 호소했지만, 각국이 공통으로 매진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적인 노력뿐”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마스크 전쟁’ … 일부 국가 의약품 관세 ‘매우 높음’
코로나19 확진자가 15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거의 모든 나라가 의료물자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은 3월 27일 발동한 국방물자생산법(DPA)에 따라 4월 10일부터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 주요 개인보호장비(PPE)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4월 8일 밝혔다.
관세국경보호청(CBP)과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공동성명을 통해 “승인을 받지 않은 주요 보호용 의료장비의 수출을 금지하며, 이들 품목이 수출품에 포함돼 있으면 압류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4월 10일부터 발효돼 4개월간 시행하며, 수출금지 품목은 인공호흡기와 N95 마스크, 수술용 마스크 등 5개의 보호장비다.
앞서 올 2월 미국보다 코로나19 확산이 빨랐던 우리나라도 ‘마스크 및 손 소독제 긴급수급수정조치’를 시행해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등의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독일은 3월 마스크·의료용 장갑에 대해 자국 내 물량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수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고, 프랑스도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며 시중에 풀린 마스크를 정부가 수거해 확진자 등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는 4월 3일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보호조치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중요 의료제품 공급 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일부 국가가 특정 의료제품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스크의 평균 관세율은 9.1%지만,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17%), 에콰도르(19~55%) 등 중남미 국가들은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어 손 세척용 비누의 경우 평균 관세율이 17%지만 도미니카공화국(50%), 이집트(56.7%) 등의 국가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코로나19 악재 만난 항공화물 운송산업
세계 보호무역주의 심화와·무역갈등 간접피해 등으로 우리 수출이 위축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항공화물 운송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화물 운송산업이 붕괴되면 우리 수출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생산공장 셧다운과 더불어 생산품을 수송하는 여객기 및 화물기 운항이 축소됐고, 수출기업은 여객기 ‘벨리 카고(Belly Cargo)’ 급감으로 인한 운임료 인상, 지연 증가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10대 수출품 중 대부분이 고부가가치 산업군인데,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주로 항공운송을 이용하기에 우리 수출에 더욱 치명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물류회사인 ‘어질리티 로지스틱스’에 따르면, 한국 항공화물은 여객기 운항 축소로 화물적재량이 도착지 기준 거의 모든 노선에서 90~100%가량 감소했고, 화물기 운항 축소로 인해 50~60% 이상 감소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항 내 화물적체(Backlog)도 심각한 수준으로 이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코로나19 유행 시기가 빨랐던 만큼 조기에 광범위한 입국 제한조치가 이뤄진 탓에 화물운송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항공화물 운송 축소에 따라 국제화물 운임료는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항공기 결항으로 발이 묶인 중국의 경우 3월 30일 화물 운송료 지수(TAC Index) 기준 상해-북미 항공화물 요금이 2월 마지막 주보다 117% 가까이 올랐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코로나19와 같이 공급망 문제 발생 시 선박보다 빠른 항공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 운송 공급의 조기 해결 없이는 운임료의 지속적 상승이 불가피해 결국 우리 수출기업의 부담 가중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우리 수출의 타격 완화를 위해 화물 운송망의 정상화와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리쇼어링’ 활발해질 것 … “세계화 후퇴 불가피”
이처럼 지난해 12월 말 시작된 코로나19는 발병 약 3개월 만에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고, 이와 관련해 금융위기·대량실업 등 코로나發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석달이라는 적은 시간 내 세계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여년 동안 진행된 세계화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BBC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즉각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세계화로 인해 국가들끼리 전례가 없을 만큼 서로 강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과 물자 간 자유로운 교류가 핵심가치인 세계화의 흐름이 뒤집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옥스퍼드대학교 이언 골딘 교수 또한 세계화로 각종 리스크가 증폭됐으며, 이러한 리스크가 세계화의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호주의가 부상하는 등 세계화 반대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런던경영대학원 리처드 포르테스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로 공급사슬이 훼손되자 사람들은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국내 공급자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수석 경제학자 베아타 야보르치크는 ‘리쇼어링(reshoring)’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야보르치크는 “리쇼어링은 확실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가의 무역정책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공급자를 다변화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화의 후퇴로 또 다른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BBC는 “이러한 고립주의 움직임은 교육과 관광 등 서비스 분야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세계화 흐름의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19 사태로 드러난 세계화의 위험 요소를 각국이 인지하고 대처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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