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인증 획득 및 한류 시너지 효과 살려 이슬람시장 공략해야
불닭볶음면. 이젠 이 다섯 글자만 들어도 아찔한 매운맛이 떠올라 혀에 침이 고인다. 아직도 소셜미디어(SNS)에는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외국인들의 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이후 8년간 무려 20억 봉지가 팔렸는데, 이젠 까다로운 식품 인증으로 유명한 동남아시장까지 석권하고 있다.
그런데 동남아로 수출하는 불닭볶음면은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제품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바로 동물성 기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슬람교에서 요구하는 ‘할랄(Halal) 인증’을 받기 위해서인데, 무슬림(이슬람교도)이 많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 국가에 수출하려면 할랄 인증은 필수다.
할랄 인증을 받은 불닭볶음면은 동남아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로 수출한 불닭볶음면은 850억원 규모에 달했으며,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물량만 해도 39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동남아 지역으로의 수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불닭볶음면의 동남아시장 성공사례는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가치가 얼마나 커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익숙한 듯 낯선 ‘할랄의 세계’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및 제품을 의미하며, 일상에서는 주로 먹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취할 수 없거나 행할 수 없는 것은 아랍어로 ‘금지된’이라는 뜻의 ‘하람(Haram)’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이슬람법에서는 돼지고기와 그 부산물, 동물의 피, 부적절하게 도축된 동물의 고기 및 부산물, 알코올을 비롯한 일체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음식, 육식동물과 맹금류의 고기 및 부산물,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재료로 사용된 일체의 가공식품을 하람 물질로 규정해 그 취식을 금지한다.
할랄은 이슬람 종교 경전인 ‘코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 근거한다. 코란 6장 145절의 “죽은 동물, 피 흘리는 동물, 돼지 등 불결한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이에 무슬림은 ▲성인 무슬림에 의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슬람식 도축법에 따라 도축된 고기나 바다에 사는 동물의 고기만 먹을 수 있는 것이다(돼지고기나 동물의 피, 술도 금지).
화장품부터 의약품까지, 확대되는 할랄의 개념
최근엔 음식뿐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금융 분야까지 할랄의 개념이 확대·적용되고 있다. 일상에 쓰이는 거의 모든 제품의 성분과 제조과정을 일일이 따지는 것이다.
립글로스(lip-gloss) 제품엔 닭 볏에서 추출한 히알루론산이 들어가는데, 이 닭이 할랄 방식으로 도축됐는지를 따져 이를 충족하는 제품에 한해서만 인증을 부여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도 생수에 할랄 인증을 부여하고 있는데, 생수의 불순물을 거르는 과정에서 돼지 뼛가루가 들어간 성분의 필터가 사용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심지어 도정 과정에서 쌀이 돼지 성분으로 오염될 수 있다며, 할랄 인증을 받은 쌀도 등장했다.
이처럼 할랄은 일상 어디에나 적용되는 무슬림의 생활방식(Life Style)으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할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따진다.
특히 할랄의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엄격해지고 있으므로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세심하고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18억 인구의 거대 이슬람시장, 결코 놓칠 수 없다
이처럼 까다롭고, 때론 난해한 할랄 인증이지만, 이슬람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매년 3％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8억명에 달하는 인구와 8,000조원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가진 이슬람시장은 우리나라가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정부도 할랄시장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 식품 관련 협력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전 세계 1억 4,000만명에 달하는 무슬림 관광객의 일부를 우리나라로 유치하겠다는 밑그림도 있었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 때문에 정부의 여러 사업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할랄 인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가 열악한 것도 걸림돌이다.
조영찬 할랄협회장은 “할랄시장은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움직이는 시장이지만 우리나라는 연간 수출액이 1조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라며, “할랄 인증 획득과 한류 등의 시너지 효과를 잘 살린다면 동남아와 중동 등의 이슬람시장에 대한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1월 26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FTA 활용 수출자 해외 진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할랄시장 진출에 대한 온라인 교육(무료)이 열릴 예정이다.
교육 참가를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온라인(fta.chosun.com)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전화(070-4343-7719) 또는 이메일(chosun.fta@shcs.kr)로 문의하면 된다.
출처 - CU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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